이다현 (희망제작소 연구사업본부 팀장)

Ⅰ. 들어가는 말

희망제작소는 시민과 함께 우리 사회의 크고 작은 의제를 연구하고 실천하는 독립 민간연구소로 2006년 창립하였다. 창립 이후 시민 아이디어를 정책화하는 시민창안 등의 방식으로 시민의 삶과 맞닿아있는 문제를 연구하여 대안을 제시하거나 정책으로 반영시켜왔다. 이러한 활동 방식은 시민참여를 통해 기존 엘리트주의 운동 방식을 극복하고, 사회문제에 대한 시민의 관점을 반영하여 보다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희망제작소가 2014년에 진행한 ‘온갖 문제 프로젝트’는 개인적인 호기심부터 사회문제에 이르기까지 시민이 궁금한 주제를 직접 제안하고 연구해볼 수 있도록 지원한 사업이었다. 이는 2018년~2020년 ‘온갖 문제 연구’로 부활하였다. 시민의 연구제안서를 선정하여 250만원~3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한 사업으로, 시민은 자신이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주제와 연구 방법, 결과물 등을 제시하였다. 3년의 사업 과정에서 신청받은 연구제안서는 시민 삶과 맞닿아있는 문제를 시민의 언어로 표현한 것으로, 시민이 필요로 하는 현장지식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이에 본 발제는 희망제작소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진행한 ‘온갖 문제 연구’에 신청한 210개의 연구제안서를 분석하였다. 연구제안서는 연도별로 차이가 있으나 과제명, 연구배경, 연구목적, 연구방법, 연구내용, 차별성 및 기대효과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분량이나 작성 방법의 제한은 두지 않았기 때문에 작성된 내용과 분량은 다소 자유롭다. 연구제안서에 작성된 내용 중 연구 주제, 연구방법, 결과물에서 특징적인 점을 간략히 짚어보고자 한다.

절실한 문제를 가진 시민, 현장지식을 가진 시민은 다양한 통로를 통해 사회에 인식된다. 현장지식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소해나가려는 시민은 문제에 직접 뛰어들며 사회의 대안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이러한 시민들의 움직임에 여러 주체들도 다양한 자원을 통해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시민들의 요구에 대한 다양한 주체의 움직임도 살펴보고자 한다.

Ⅱ. 희망제작소 ‘온갖 문제 연구’ 연구제안서 분석

  1. 연구 주제
  1. 당사자로서 자신의 문제 해소

연구제안서 주제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당사자인 자신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청년, 여성, 청소년, 문화예술인, 활동가, 중장년, 노인, 부모 등 자신이 현재 경험하는 현실을 연구 주제로 하여, 대안을 모색해나가고자 한다. 연구주제는 취업, 진로탐색, 노동권, 지역정착, 경력단절, 은퇴, 정신건강 등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기존 정책의 한계를 진단하거나, 당사자의 관점에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풀어나가고자 하고 있다.

  1. 투명인간에 대한 관심과 사람에 대한 입체적인 접근

당사자는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서 관심받지 못하거나 소외된 투명인간에 대한 주제도 다수 눈에 띈다. 학교 밖 청소년, 장애인, 탈북민, 재외동포, 수복지역 거주 노인 등이다. 시민의 삶에서 만나게 된 우리 사회 투명인간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바탕으로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드러내고, 존재를 가시화시키기 위한 연구 주제를 제안하고 있다.

평범한 사람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자 하는 노력도 있다. 은퇴자, 노인 여성, 생협 조합원, 중장년, 학원가 어린이 등 우리가 평면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주변인들의 재능을 활용하거나, 감정을 드러내게 함으로써 그들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려는 것이다. 시민의 다양한 모습을 부각함으로써 기존 표면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정책 방향과 사회의 인식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1. 대안적 삶을 위한 작은 실험

연구 내용을 살펴보면 자신의 가치관이나 정체성과 관련한 개인적 의제를 다루고자 하는 주제도 많다. 취향 없는 사람들의 고통 해소를 위한 취향 찾기 방법, 주변 시선에 휩쓸리지 않고 적당히 잘 사는 방법, 지구에 영향을 주지 않는 작은 집 짓기, 착하게 성공한 기업 찾기 등이다. 이러한 의제들은 결과적으로 사회 구조와 시민 인식의 전환, 산업의 변화와 연동되는 거대한 문제이다. 그럼에도 시민연구는 자신이 발 딛고 있는 곳에서 작은 규모의 실험을 통해 그것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