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연정 (전, 청년허브 센터장/ 현장연구자)

문제 해결을 위해 몰두하는 고단한 개인들을 위한 정체성 전략

시민사회 현장지식을 공유-연결-축적하는 자리가 만들어 진다는 소식에 반가운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서울시 청년허브에서 활동하며, 2019년 2월 아야프(아시아 청년 연구활동가 펠로우십, ASIA YOUNG ACTIVIST RESEARCHER FELLOWSHIP이하 아야프) 를 런칭하는 컨퍼런스에 참여했던 전국 400여명의 연구활동가들의 피드백과 2020년 1월과 8월 진행했던 아야프 활동 여정을 복기하며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아야프는 ‘청년 문제’라는 프레임을 넘어, 다가올 미래 문제를 해결하는 청년을 연구활동가(Activist Researcher)라 정의하고, 청년시민들이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꼬임과 얽힘이 고도화된 사회문제를 다양한 방식과 연대로 해결하고자 설계된 펠로우십 프로그램이다.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청년들의 교류와 협력의 장을 아시아로 확장 혹은 한정하고 출발한 것은 청년 시민들이 정의하는 문제들이 서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진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기후위기, 기술혁명 등의 문제는 새로운 시각과 방식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보였고 기성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방법과 협업을 통해 급진적으로 구상하기를 기대하며 서울에서 2주간 함께하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였다.

현장 연구 혹은 연장 연구자라는 정체성과 공통된 관점에서 연구활동가란 정체성을 부여하였는데 이는 소속과 정체가 모호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문제에 몰두하며 해결을 시도(실패를 거듭하며)하는 불안하고 고단한 청년들을 연결하고 공동의 목표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싶었다.

자기 삶의 현장에서 용기있게 질문하고 실행하는 사람들, 실패와 학습이 보장되는 안전한 공간 필요

청년허브는 희망제작소에서 진행 된 ‘온갖 문제 프로젝트’ 처럼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개인과 커뮤니티 그리고 조직에서 시도하는 활동들을 지원하는 연구지원, 프로젝트, 커뮤니티 지원 사업을 개관이후 지속적으로 진행하였다. 과정에서 몰두할 수 있는 환경과 사업이 아닌 사람을 지원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판단하여 2주간 서울에서 20명의 선발된 펠로우들이 체류하며 학습, 교류, 협력하는 플랫폼을 운영하였고, 플랫폼을 조직하고 운영하는 자원을 모으고 공동 주관한 단위는 서울연구원과 청년재단이다.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설정한 핵심질문은 다음과 같다.

“한국 사회의 사회양극화 심화와 저성장 구조에서 청년들이 획득할 수 있는 사회적 자본과 역략이 이전세대에 비해 현저히 낮아지는 상황에서, 다음세대(청년)가 자신의 생산력과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토대는 무엇인가?”

연구와 활동을 넘나들며 이론과 실천의 연결을 시도하며 통합적인 전략을 찾으려는 사람에게 투자하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2020년 진행된 2주간의 체류프로그램과 급진적 미래 컨퍼런스 그리고 2달 수 펠로우들의 연구활동결과를 공개하는 2번의 아야프로 멈추었다. 비록 아야프를 통해 사람에서 시작해서 전환적 구상(해법)들이 축적되고 확산되는 플랫폼은 지속하지 못했지만, 지난 2년간 현장 곳곳에서 연구와 활동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들을 호명하고 연결하려는 시도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체감한다. 아야프는 기후위기, 디지털 기술과 민주주의, 도시 디자인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해법을 모색하는 사람들에서 출발하였는데 이 세션에서 소개된 ‘노동’ 특히 ‘투명인간’과 관련된 현안에 다가가지 못했다. 물론 청년허브가 지원하는 연구지원 사업이나 기획 연구 작업을 통해 현장과 만나고 문제를 정의하고 해법을 찾고자 하는 노력들은 꾸준히 전개되었지만 이 자리를 통해 다시 한 번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질문은 연결과 공유이다.

2020년 12월 발행한 청년허브 인터뷰집 ‘미래를 사는 시민들’ 에 담겨있는 글로 토론문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aside> 🪄 “민감한 윤리적 감수성을 지닌 민주화 이후 세대, 창작과 유통의 벽이 대폭 낮아진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한국의 청년들은 녹록지 않은 사회 속에서 자신의 관점으로 틈새를 찾고, 새로운 양식을 실험하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들은 여러 정체성을 동시에 운영하는데 거침이 없다. 때로는 연구자로 활동가로 예술가이자 프리랜서로 또 기업가로 자신을 변모해가며, 취미를 일로 만들기 위해 사회적 신념을 비즈니스로 실행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경계를 넘나든다.

해시태그처럼 중복되고 서로 겹쳐지는 이들의 유용적인 면모는, 어쩌면 자원도 자리도 부족한 저성장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세대가 경계를 넘나들며 여러 영역에 흩어져 있는 자원을 자꾸 연결시키다 발현해버린 정체성 전략이 아닐까? “

_ <미래를 사는 시민들> 중, 청년허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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