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재 (더가능연구소 수석연구원)
옛날 옛날 먼 옛날 강의와 연구용역을 하면서 지내던 3명의 연구자가 있었다. 릴라는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거북은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영자는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 연구교수로 각자 3-4개 연구과제는 거뜬히 해결하면서 알아서 잘들(?) 지내고 있었다. 물론 4말 5초 연구교수 생활에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없을 수 없었고, 그 우여곡절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외의 일들에 대해서는 상상에 맡긴다.
2020년 8월 무더운 여름 어느 날 릴라로부터 한통의 문자가 왔다. ‘거북이 연구소를 만들겠다는 허황된 꿈을 꾸고 있으니 쓴 소리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엄돌, 돈쓰도 속에 있는 말 그대로 쎄게 하니 같이 와서 그 꿈을 깨주도록’. 우리는 마치 연구소에 대한 헛된 꿈을 깨기 위한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사람처럼, 광복절을 하루 앞둔 8월 14일 한자리에 모였다. 서로는 어딘가에서 발표와 토론자로 만나기도 하고, 프로젝트를 하면서 만나기도 했던 그 사람들이 각자의 사명을 품고 어색하게 한 자리에 모였다. 왜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이후 이어졌던 질문들.
그러다가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연구소를 설립해볼까? 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번졌다. 돌아보니 한데 모이지 말았어야 할 사람들이 모였던 것이다. 개성 강한 서로가 서로에 대해 스파크를 일으켰다. 각자의 사명을 잊은 자들이 어느새 연구소 설립이라는 몽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뜻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럼 한번 해볼까?’ ‘그래 일단 질르고 보자’, ‘인생 뭐 있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폼 나게 살자고’ ‘혁신파크에서 금방 잘린다며? 나와서 뭐할래? 일단 취직할 때까지 네가 와서 총괄실무 맡아~’ …
각자 연구소에서 하고 싶은 주제를 제안하며 만남을 이어가기로 했다. 1차 모임은 9월 28일 이었다. 연구소 설립의 몽상을 하고 있었던 거북이 1차로 청년 아젠다를 중심으로 제안 설명을 했고, 법인 설립 일정, 구성원 추천 및 확인, 공간확보 방안을 제안했다. 어느새 2번의 미팅 후 연구소 몽상은 점차 구체화되기 시작했고, 각자의 역할을 제시하며 기어가 걸리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린 것이다. 대략 2020년 10월 무렵이었다. 11월에는 릴라가 지역재생론 아젠다를 제안했다. 영자는 12월 참여와 지방자치 아젠다를 제안했고, 점차 연구소 이름과 멤버 구성, 연구소의 조직형태, 공간 문제, 무엇부터 시작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가 정리되기 시작했다. … 돈쓰가 이 논의를 위한 PPT 자료를 만들기 시작했고, ‘가능’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우리는 본격적으로 연구소 설립을 준비했다. 1월에는 돈쓰가 리빙랩 아젠다를 제안했다. 당시 우리가 논의한 자료들은 다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