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준 (평등하고 공정한나라 노회찬재단 사업기획실장)
<aside> 🪄 “자기해방은 정치공동체 바깥으로 밀려난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는 방식입니다. 즉 해방은 단순한 목표가 아닌 실천이죠. 예속된 자들은 거부된 평등권을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행동으로 평등을 실천합니다.”
_ 자크 랑시에르 (2022, EBS <위대한 수업>)
</aside>
들어가며
재단법인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노회찬재단(이하 노회찬재단)은 노회찬의 뜻과 꿈을 함께 기억하고 이어나감으로써, 평등하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이바지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 2019년 1월 24일 창립했다. 노회찬재단은 부와 권력, 소수 강자의 횡포를 넘어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라는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동자, 서민,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진정한 주권자가 되는 ‘참다운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갈 것을 표명했다(노회찬재단, 2019).
노회찬재단은 지난 2022년 4월 4일부터 15일까지 회원과 시민을 대상으로 <2022년 노회찬재단 미션과 사업방향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에 회원 503명과 비회원 107명 등 총 610명이 응답했다. 응답자들은 “노회찬 의원에게서 가장 먼저 연상되는 단어는”에 대해 45.1%가 “6411 투명인간”이라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성별과 세대에 특이한 차이 없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시민들은 노회찬정신의 핵심을 6411 정신에서 찾고 있음을 보여준다. 참고로 ‘삼성X파일(36.2%)’과 ‘삼겹살 불판(12.1%)’이 그 뒤를 이었다(노회찬재단, 2022).
매일 새벽 4시면 어김없이 강남 빌딩 청소를 위해 구로구 가로수공원에서 6411번 버스에 오르는 사람들. 지난 2012년 진보정의당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노회찬이 그들의 이름을 부르기까지, 우리는 그들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6411 프로젝트는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 우리 사회의 수많은 투명인간이 자신의 색을 되찾고, 당당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를 향한 긴 여정이다.
이 글은 노회찬재단이 창립이후 지난 4년 동안 진행한 6411 프로젝트의 목표와 과정, 그리고 진행내용을 정리하고, 그 의미와 한계를 정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글은 사업 담당자의 관점에서 다음의 실천을 위해 일차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노회찬재단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님을 미리 밝힌다.
노회찬의 장미 나눔 캠페인
노회찬재단은 2019년 창립 후 노회찬의 활동을 이어가는 것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그 출발은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노회찬의 장미나눔 캠페인을 이어가는 것이었다. 노회찬은 지난 2014년 국회의원이 된 첫해부터 14년 동안 매년 ‘세계여성의 날’을 맞이해 각계각층 여성들에게 장미를 선물하고, 한국사회의 성 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노회찬은 2004년 9월 호주제 폐지를 위한「민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2005년 9월「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안」을 발의했으며, 두 법안은 17대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해 여성과 장애인의 권리 확대에 큰 획을 그었다.
먼저, 여성운동, 학계, 법조계, 언론계 등의 인사들로 노회찬재단 성평등메시지 위원회를 구성하여, 매년 세계여성의 날을 즈음하여 성평등메시지를 발표했다. 2019년에는 ‘여성의 정치 대표성 확대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과 ‘성별입금격차 해소’를 촉구했다. 2020년에는 총선을 앞두고 제 정당이 ‘남녀동수 공천제’를 도입할 것을 촉구하고, ‘여성노동자의 임금·고용차별을 철폐’와 ‘청소년 정치교육 의무화’를 제안했다. 2021년에는 한국 사회의 성별이분법과 성차별을 넘고자 했던 예술가, 노동자, 군인이었던 이은용님, 김기홍님, 변희수님을 애도하고, ‘여성노동자는 안전하고 차별 없이 일할 권리’와 ‘돌봄의 사회공공성 강화’로 여성 고용충격을 회복할 것을 촉구했다. 2022년에는 대선을 앞두고 일하는 여성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첨부2 참조). 노회찬재단의 성평등 메시지는 매년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성평등 사회를 위한 우리 시대의 당면한 과제를 제시하는 의미가 있다. 다만 메시지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전문가 중심에서 여성 노동자 당사자의 목소리를 모으고 담아내는 과정으로의 과제를 고민하고 있다.
▲국회 영결식에 참석한 국회 청소노동자
▲노회찬의 장미를 선물 받은 시민
둘째, 카카오 같이가치 캠페인을 통해 노회찬의 장미나눔 캠페인을 시민 참여형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매년 3,000여명의 시민이 다양한 방식으로 캠페인에 참여했다. 시민들의 소액기부금은 장미꽃을 구매하는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2021년부터 시민들의 사연을 받아 노회찬의 장미를 대신 전달해 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휠러리 웨인라이트는 ‘참여는 중독성이 있다(힐러리 웨인라이트, 2014)’고 했는데, 노회찬의 장미 나눔 캠페인이 우리사회의 성평등 문화가 확산되는데 작은 기여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셋째, 노회찬재단은 매년 3월 8일에는 6411번 새벽 첫차를 타시는 분들과 국회 청소노동자들께 노회찬의 장미꽃을 전해 드리고 있다. 또한 돌봄노동자(2019년), 봉제노동자(2020년),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2021년), 방송작가(2022년) 등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에서 권리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투쟁 사업장을 방문하여 장미꽃을 전달하면서 응원과 연대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2022년에는 방송작가유니온, 전태일재단과 함께 빵과 장미를 여성 방송노동자들과 나누는 공동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는 전태일의 풀빵정신과 노회찬의 장미정신을 현재의 실천으로 이어가고자하는 기획이다.
노회찬은 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 “다른 나라들처럼 3월 8일 무렵에는 꽃값이 세 배나 오르길 바랍니다. 밸런타인데이는 알아도 이날은 모른다는 제 조카 같은 대학생이 더는 나오지 않기를 희망합니다(노회찬, 2015).” 노회찬의 장미꽃 나눔 캠페인이 계기가 되어 가정과 직장에서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장미꽃을 전달하고, 여성노동권과 참정권이 실질적으로 실현되는 사회를 함께 다짐하는 장미연대가 확장되기를 기대한다.
새벽 첫 차를 타는 사람들
노회찬재단은 2020년 ‘6411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우리 사회의 ‘투명인간’들, 즉 청소노동자, 돌봄노동자, 봉제노동자, 핵발전소 하청노동자 등 4개 직종 노동자들을 가시화하는 연구 작업에 착수했다(첨부4 참조). 이들 연구 가운데 청소노동자에 초점을 맞춘 <6411 버스 첫 승객 분석을 통한 청소노동자의 노동에 대한 연구(신희주‧신현기‧노현석, 2020)>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